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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curity/[-] Issue

관리 안되는 ‘아이핀’, 애물단지로 전락하나

아이핀 관리 안돼 주민번호 대체 효과 적어

방통위 정책, 주민번호 사용금지로 방향 잡아

주민번호 사용금지, “중복가입 문제는 어떻게?”


[보 안뉴스 오병민] 정부는 지금까지 포털사이트나 인터넷 쇼핑몰 등 주요 인터넷 사이트들에서 주민등록번호(이하 주민번호)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아이핀(i-PIN)전환을 권장했다. 그러나 정부가 주민번호 사용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어 그동안 이용됐던 아이핀은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아이핀은 정부의 설명과 다르게 주민등록을 대체할 수 있는 효과가 미비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정부도 아이핀 사용을 권장하기 보다는 주민번호 사용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하고 있다.


관리 안되는 아이핀. 안할 수도 할 수도 없는 애물단지

아 이핀은 인터넷에서 주민번호를 대신하여 본인확인을 할 수 있는 수단이다. 이용자는 아이핀을 발급받아 인터넷 상에서 회원가입 또는 실명확인이 필요한 경우에 주민번호 대신 아이핀을 입력하여 본인확인을 받을 수 있는 것. 따라서 원칙적으로는 이용자가 아이핀으로 전환할 경우 해당 사이트에서 주민번호를 삭제해야 한다.


그 러나 보안뉴스에서 다수의 대형 사이트를 담당자에게 주민번호 삭제여부를 조사한 결과 대다수의 사이트들이 주민번호를 삭제하지 않고 그대로 남겨두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 이유는 아직까지 국내 환경에서는 여러 가지 서비스적인 측면에서 주민번호가 꼭 필요한 환경인데다가 주민번호를 삭제하기 위해서는 기존 시스템을 개선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적인 이유로 삭제 시스템 도입을 꺼려하고 있다.


한 포털 사이트의 관계자는 “아직 우리나라는 전자금융거래시 주민번호가 꼭 필요한 환경”이라면서 “해당 사이트가 금융거래가 없더라도 제휴 사이트에서 전자금융거래가 있다면 주민번호가 필요할 수 있어 삭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터넷사이트 관계자는 “기존 고객정보 시스템에서 주민번호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를 바꾸기란 쉽지 않다”면서 “게다가 아이핀 사용자가 생각보다 많지 않은 상황에서 내부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비용적인 측면이나 서비스를 유지하는 측면에서 고려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많은 인터넷 사이트 관계자들은 국내의 환경이 주민번호가 없이는 서비스를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한다. 더불어 아이핀 전환 후 주민번호를 삭제하는 것이 의무적이지 않아 주민번호 삭제에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방통위의 한 관계자는 “사실 아이핀으로 전환한다고 하더라도 주민번호를 삭제하는 것은 강제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단속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서 “현재로서는 자발적으로 주민번호를 삭제하도록 유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이핀은 한시적 수단. 이제 주민번호 사용하지 않도록...

방 통위 측은 현재 아이핀 사용 보다는 주민번호 사용을 제한하는 것을 중심으로 하는 정책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얼마 전 완료된 ‘주민번호 수집제한에 대한 사회적 비용연구’ 용역 결과 주민번호를 사용하지 않는 환경의 경제적 비용이 주민번호를 사용하는 환경보다 경제적이라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


그 동안 방통위는 주민번호 사용을 제한하는 법률적 검토를 진행했지만 주민번호 사용 제한의 합당성에 대한 근거자료가 부족해 어려움이 있었다. 따라서 방통위 측은 이번 용역연구를 근거로 주민번호 수집을 제한하는 법개정과 정책 방향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방 통위 한 관계자는 “이번 용역결과가 주민번호 사용 제한의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현재 주민번호 사용을 제한하는 관련 법 개정도 준비하고 있지만 행정지도와 같은 수단으로도 주민번호 사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주민번호 대체수단으로 이용하던 아이핀은 한시적인 수단으로 전락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 정부가 아이핀을 도입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해서 여러 비용을 감수하고 아이핀을 도입했는데 이제는 애물단지가 됐다”고 하소연했다.


주민번호 사용 금지는 문제없나? 중복가입 문제 해결해야...

사 이트 회원 가입시 주민번호를 이용하지 않는 방법은 주민번호 노출에 의한 다양한 보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 사이트 관리자들은 주민번호 사용을 금지했을 때 별도의 식별수단을 두지 않으면 중복가입을 제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주민번호는 중복가입을 막는 식별수단으로 많이 이용돼 왔기 때문에 주민번호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한사람이 수백 개의 계정을 만들어 스팸광고에 이용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대해 방통위 측은 중복가입 문제는 인터넷 서비스 주체가 스스로 풀어야할 숙제라고 이야기한다.


방 통위의 한 관계자는 “중복가입 문제는 사실 정부가 규제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업계 스스로 그 방법은 연구하고 적용해야 한다”면서 “외국의 경우 주민번호 같은 수단을 이용하지 않고도 서비스를 잘 운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오병민 기자(boan4@boannews.com)]